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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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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강렬한 이미지의 메타포

    전시회를 좋아하는 편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작품 자체의 이미지나 그 곳에서 나눈 대화가 내게 의미있는 기억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지나 대화로 존재하던 기억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시 찾아와 생각거리가 된다.

    그리고 한국소설을 읽는 것도 좋아한다. 요즘 한국소설의 세련된 메타포에 감탄할 때가 많았다.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해 시대정신으로, 그러나 작가의 자아를 부담스럽게 전시하지도 않는 흐름이 매력적이었다. 일상의 감각을 집요하게 붙잡아낸 텍스트는 언제나 즐거웠다. 그러나 그 글들은 언제까지나 나에게 상식적인 범위의 것들이었다.

    이번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인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은 완전히 내 예상을 벗어났다. 작가노트 제목도 일기에 가까워 지려는 소설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소설은 모래 고모의 장례식을 진행중에 까페에 온 목경의 시점에서 시작해 고모와 그녀의 언니인 무경과 함께했던 시절의 회상으로, 다시 현재로 돌아와 목경의 시점에서 끝난다. 한 줄 요약은 굉장히 평범한 소설 같지만 전혀 아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짐을 이고 다니는 여자, 엽총을 츄츄라고 부르면서 사냥을 시도하는 모래 고모, 필리핀에서 부상당한 모래 고모까지. 전혀 평범하지 않고 정신이 나갈것 같은 묘사들이다. 그러나 글의 문체는 진솔하고 한국적이고 현실적인 묘사와 혼재되어 있어 혼란스럽다.

    다 읽고 나선 어두운 미술관의 출구에서 나와 현실에 돌아온듯한 느낌이었다. 아직 소화되지 않은 이미지의 연속이지만 분명 언젠가 다시 떠오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어질 생각이 기대가 된다.

    먼 훗날, 숨넘어가기 직전, 누군가 자신에게 오늘에 대해 묻는다면 묵경은 이 이미지만을 기억할 것이다. 처음에 들었던 두 사람의 대화는 잊고.